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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600원 인상‥서비스 향상은 여전히 저질

기사승인 2013.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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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승차거부는 여전"…기사 "사납금 때문에 어쩔수 없어"

[서울투데이=한명준 기자] 택시요금이 인상된 지 한달여 되고 있는데 기대했던 서비스 향상은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4일 오전 1시30분께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강남역 사거리까지 약 700m 거리에는 양방향을 합쳐 50여대의 택시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상체를 웅크린 채 팔짱을 끼고 가거나 옷깃을 바짝 세웠다. 수은주는 영상 10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초겨울처럼 쌀쌀한 날씨였다.

100여명이 넘는 취객들이 뒤늦은 귀가길을 재촉하느라 주변 도로는 북적였다. 제 몸을 못 가눌만큼 비틀거리던 취객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이 정신을 다잡은 몇몇은 택시잡기에 나섰다.

승객이 택시를 향해 손짓한다. 택시는 그 손짓을 따라 클랙션을 올리며 승객에 다가선다. 조수석 창문 너머로 택시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잠시 몇마디가 오간다.

이때 탑승의 권리는 승객에게 있지 않다.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오래된 풍경은 서울시가 지난달 승차거부를 근절하겠다며 택시 기본요금을 600원 인상한지 근 한달이 되어가도 변함이 없었다.

이날 승차거부 때문에 택시를 못 잡았다는 30대 초반의 여성은 "(사는 지역이) 외져서 그런지 대부분 승차거부를 하더라"며 "어차피 기다릴텐데 심야버스를 타고 동네 근처까지 가는 게 속 편하겠다"고 말했다.

모처럼 잡은 택시 안에 들어가자마자 머쓱한 얼굴로 내린 20대 초반의 연인은 "이곳은 승차거부가 기본인가보다. 올 때마다 안 당했던 적이 없다"고 불평하며 다른 택시를 잡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목도리를 두른 30대 남성은 애초에 승차거부를 예상했는지 차량에 탑승하지 않고 비굴한 얼굴(?)을 한 채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4~5차례 더 거부당한 끝에 택시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방화동에 산다는 20대 후반 여성은 "승차거부 문제는 여전하고 요금만 올라서 부담이 더해졌다"며 답답해했다.

오전 2시20분께 집으로 향하는 택시를 찾아 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은 70~8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손님이 줄었으니 당연히 택시 잡기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택시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대다수 택시가사들은 추위를 피해 차 안에서 라디오를 청취하면서 손님과의 대화를 위해 조수석 창문은 살짝 내려놓은 상태였다.

졸음을 쫓기 위해 인도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 옆에서 승객들은 여전히 '택시~'를 외쳤다. 대답없는 메아리와 다름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택시 기사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승객 감소와 사납금'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인택시 소속 김모 기사는 "요금 인상 후 확실히 손님이 줄었다"며 "기본요금이 600원 올랐으니 단순히 계산하면 손님 10명 태웠을 때 6000원이란 수입이 더 나와야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의 기사는 "시계외할증까지 부활돼서 (서울)외곽으로 나가는 손님이 40% 정도 줄었다"며 "심야버스와 대리운전 활성화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40대 후반의 택시 기사는 "요금이 올라서 사납금도 2만5000원 정도 오른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손님이 줄어 외진 곳을 가게되면 현재의 사납금 마저도 채우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차거부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들이 심야에 가장 반기는 코스는 홍대나 분당 등이다. 그 곳은 사람이 많아서 돌아올 때도 손님을 태워올 수 있다"며 "설령 빈차로 오더라도 손님이 많은 지역과 가깝다. 연이은 운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사납금 부담도 적어진다"고 덧붙였다.

택시 기사들은 기본 요금 인상 후 승객 감소를 체감하고 있었다. 인상 전에는 일일 평균 25회를 운행했지만 승객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히 운행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돈 되는 손님을 골라태우는 '승차거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상태에서 사납금도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추위를 피해 차 안에 있던 한 택시 기사는 "오늘 손님 23명 태웠다. 요금 다 합쳐서 22만원 정도 벌었는데 3분의 2가 카드 손님이다"며 "이런 경우 현금이 없으니 사납금을 내 돈으로 내야한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사납금은 기사가 하루 운행 수입 중 일정금액을 회사에 내야하는 돈을 말한다. 이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법인택시조합과 전국택시노조연맹의 노사 임금협상에서 택시 기사들의 사납금을 기존 10만5000원에서 13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월 급여를 기본급 10만원과 부가세환급금, 야간 근로수당 등을 포함해 27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현장에 있는 택시 기사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한 택시 기사는 "월급을 올려주면 뭐하나. 거의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내 돈으로 메꾸고 있다"며 "이렇게 따지면 결국 인상되는 월급 27만원은 내 돈을 한 달 뒤에 돌려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50대 중반의 택시 기사 안모씨는 "(이번 인상안이) 노조와 회사, 서울시가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조합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듯하다. 막상 인상하고 보니 문제가 많아 사납금 인상 관련 협상도 보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안과 노사 임금협상을 통해 승차거부 문제 등 택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거리에 있었던 시민들의 입장은 '요금은 요금대로 오르고 승차거부는 사라지지 않았다'였고, 기사들은 '요금이 올라 손님이 줄어들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승차거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부에서는 택시의 승차거부를 없애기 위해 택시 기사가 번 돈을 모두 사측에 납부하고, 회사는 기사에게 월급 또는 일급을 주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의 255개 법인택시회사 중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업체는 13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를 시행했을 때 납부하게 될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피하는 상태다.

이날 기자는 오전 1시께 종로 일대를 벗어나 강남역으로 향했다. 종로의 택시 행렬도 강남역 부근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맨 앞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자 '추운데 어서 타라'며 반겼다.

강남에서의 취재를 마친 뒤에는, 반대로 종각역 일대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두 경우 모두 승차거부 없이 단 한 번의 손짓으로 탑승이 가능했다.

종로 2가에서 삼일대로를 거쳐 남산1호 터널을 통과했다. 이어지는 한남대로를 따라 강남역 부근까지는 약 9㎞, 10여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요금은 심야할증 20%를 포함해 1만원 정도였다.

기자가 오간 종로와 강남역 부근은 각각 강북과 강남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서울에서 심야시간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명준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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