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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1심서 '국정농단 묵인' 징역 2년6개월‥"국가 혼란 악화"

기사승인 2018.02.23  00: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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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311일 만에 실형 선고…특별감찰 방해·국정농단 묵인 등 유죄 인정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62·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52)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의혹을 알고도 묵인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4월17일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래 31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막강한 민정수석 권한으로 부처 인사에 개입하고 개인 비위 의혹에 대응했다"며 "정작 자신의 감찰 업무는 외면해 국가 기능을 상실시켰다"고 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8년을 구형했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감찰 직무를 포기한 혐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자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역사찰'을 한 혐의 △직권을 남용해 K스포츠클럽 사업을 부당 감찰하려 한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CJ E&M을 불법 고발하려 한 혐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국·과장 6명과 감사담당관을 좌천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밖에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무단으로 불출석한 혐의와 국회 청문회장에서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안종범(59) 전 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 국정농단을 방조했다는 핵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안 전 수석과 최씨가 관여됐다는 보도가 2016년 7월부터 이어졌는데도, 진상을 파악하거나 안 전 수석에 대해 감찰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안 전 수석의 요청에 따라 재단 설립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면서도 최씨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그마저도 '확인된 게 없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며 "안 전 수석 등의 적극적인 은폐 활동에 가담해 국가 혼란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55)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를 감찰하려 하자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민정실이 특별감찰관실을 감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치거나 우 전 수석의 주거지에 현장조사 나간 파견 경찰관을 경찰 조직이 감찰하게 하는 등 노골적으로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민정실의 지위와 위세를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위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2016년 상반기 당시 김종덕(61·구속기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문체부 내 파벌 문제나 인사 특혜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한 것 역시 민정실의 업무 범위로 볼 수 있다며 무죄 판단했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가 검찰의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는 특위가 활동 종료 후 고발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1월9일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의 금융계 인사 관련 증인신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혐의 역시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가 적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을 마친 뒤 "피고인이 재단 설립 의혹 관련자들의 비위를 충분히 파악했거나 적어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적절한 진상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청와대 대응방안 마련에 가담했다"며 "이로 인해 최서원(최순실)에서 불거진 국가적 혼란에 일조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 뒤에도 국회에 불출석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 여망을 외면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을 왜곡해서 주장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은 20여분간 이어진 선고를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듣다가 유죄 판단이 이어지자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는 얼굴이 상기됐다.

우 전 수석 측은 선고 직후 "판결문을 보고 검토한 뒤 항소이유를 개진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그는 "청와대 내에서 통상적으로 했던 업무가 직권남용이라고 해서 기소된 게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누가 봐도 표적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면서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에 대한 1심 재판은 박 전 대통령 사건만 남게 된다. 주변 인물로는 고영태(42) 씨의 세관장 인사청탁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오는 20일 최씨를 증인신문하고 결심 절차를 밟으려했으나 최씨 측은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가 나오지 않아도 일정대로 결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으나 늦어도 3월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고는 3월말 또는 4월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4월16일까지 1심 재판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범으로 지목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씨보다 뇌물수수 주범인 박 전 대통령에게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재판과 별도로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운용 상황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구속기소 돼 재판 중이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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