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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부장들, '재판 거래' 의혹‥"검찰 고발, 부작용 우려"

기사승인 2018.06.06  08: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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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참·중견법관 신중…중앙지법 '중추' 부장판사들도 수사 촉구 대신 "책임통감"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고참 판사들은 사법부가 직접 나서 형사 조처를 하는 데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자료사진]

검찰 수사를 요구한 단독·배석 판사들과는 확연히 결을 달리한 입장이다. 고참·중견 법관을 중심으로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5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는 차관급인 전국 5개 고법 부장 중에서도 선임자가 배치되며 일선 법원장을 마치고 재판에 복귀한 고위 법관도 다수 포함된다.

회의 끝에 고법 부장판사들은 "조사 결과 드러난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가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겼으며, 묵묵히 재판을 수행하는 다수 법관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특별조사단이 수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고, 1년 넘게 지속되는 사법부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내홍부터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그러나 고법 부장들은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전국 법원장회의, 전국 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향후 관련 재판을 맡을 법관의 '독립'이 침해될 가능성을 사유로 내세웠지만, 사법부가 직접 나서 내부 구성원에 칼을 겨누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또한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의 '중추' 역할을 하는 부장판사들도 이날 형사 조치 필요성에 대한 언급 없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3차 회의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독립 저해 행위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견을 채택했다.

수사 촉구 등의 안건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참석자 수가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의결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추가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회의 무산 배경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각자 재판업무가 바빠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표면상 이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수사 촉구'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회의를 피하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중앙지법 부장판사 중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인사들이 일부 포함된 사실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부장판사회의 의장단이 전날 2차 회의가 무산된 후 '수사 촉구' 안건을 제안하는 이유를 정리해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돌린 것이 오히려 판사들의 회의 참여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의장단의 이메일을 일종의 '압박'으로 여기고 회의에 불참한 부장판사들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회생법원도 이날 이경춘 원장 주재로 전체 판사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법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판사들은 사안의 중대성에 뜻을 같이하면서 사법신뢰 회복과 재발방지 방안, 추가 수사나 조사 필요성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별도의 결의문 식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한편, 수사에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낸 판사회의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총 63명이며, 이날 출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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