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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김경수 '킹크랩 몰랐다'‥각종 증거 종합해 유죄 여부 본격심리

기사승인 2020.01.21  19: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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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 '직권 재개' 21일 속행 공판…공동정범 성립 판단 위해 추가 심리

김경수 측 "다소 의외 설명에 당혹"…드루킹과 공모관계 등 '선 긋기' 주력할 듯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으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53) 경남도지사가 무죄 주장을 해 오던 가운데 항소심에서 다시 벼랑 끝에 몰린 양상이다.

▲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핵심 방어 논리가 항소심에서도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김 지사는 드루킹과의 공범관계에 대한 법리를 중심으로 다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21일 재개된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됐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전날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그간 김 지사가 주장한 주요 방어 논리가 사실상 깨진 셈이다.

우선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는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사건을 1년가량 심리해 온 재판부로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고서도 그 기일에 선고하지 못하고 사건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1심에서 실형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된 2016년 11월9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인 산채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 주장과 달리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둘리' 우모씨 등 진술증거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 지사는 "이날 그곳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킹크랩의 시연 장면을 본 적은 없다"고 완강히 부인해 왔다.

본 적이 없으므로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고, 드루킹 일당은 단순히 '선플 운동'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 지사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프로그램을 조작한 불법 댓글 조작에 공모한 것이 아니므로 김 지사는 무죄가 된다.

그러나 1심은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공모관계도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2018년 12월7일 오후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관여 혐의 김경수 경남지사 속행공판에 드루킹 김동원씨가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지사 측은 2심에서도 이 주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당시 파주 사무실에서 저녁 식사가 이뤄진 정황, 킹크랩 개발자의 접속 기록 등을 새 증거로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의 새 증거를 종합해 보면,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 시각에 드루킹과 독대해 킹크랩 시연을 보기는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알리바이' 주장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당일의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 객관적인 증거들로 피고인(김 지사)이 시연을 봤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믿기 어렵다고 하는 드루킹이나 '둘리' 김모 씨의 진술을 제외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비록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사실상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2016년 11월9일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비진술적 증거들, 당일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제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물론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김 지사 측에 이같은 잠정 결론을 바꿀 만한 결정적인 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이 재판부는 시연을 봤다는 데서 곧바로 드루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항소심에서 알리바이에 대한 공방이 주로 이뤄지는 바람에 공모관계에 관한 심리가 미진했다며, 이를 다시 판단하겠다고 했다.

▲ 댓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왼쪽)가 지난해 4월19일 오후 항소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따라서 김 지사는 이제 사실관계를 통한 무죄 입증보다는, 공범에 관한 법리 다툼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항소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김 지사로서는 애초 기대보다 불리해진 상황이다.

재판부의 잠정 결론에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김 지사는 "대부분 사실관계가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후 재판부의 잠정 결론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다"며 "지금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잠정 판단하는 것 같은데 변호인들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 "잠정적인 심증 개시여서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어쨌든 더 진전된 자료나 논리를 가지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지사 항소심 15차 공판은 오는 3월10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51)씨 일당이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2월1일까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김씨에게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63)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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