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이별에 '나흘후 34번째 미역국'을 끓이지 못한 어머니의 슬픔
교육생 시절 다짐엔 "국민에게 기적이 되어줄 해양경찰이 꿈"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국민에게 기적이 되어줄 수 있는 해양경찰이 꿈입니다. 요구조자에게 마지막 희망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 |
▲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구조 활동 중 사망한 정호종 경장 영결식이 9일 경남 통영시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고 있다. [사진=통영해양경찰서 제공] |
지난 7일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해상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구조 활동을 벌이다가 사망한 정호종(34) 경장이 교육생 시절 써낸 다짐이다.
국민에게 기적이 되고 싶다던 정 경장은 해경이 된 지 1년 만에 어두운 바다에 한 줄기 빛을 내리고 별이 됐다.
9일 통영시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정 경장의 영결식에는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 정 경장의 가족과 동료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영결식에서 해경은 정 경장을 순경에서 1단계 특진 임명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구자영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조사를 통해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가장 빛나고 보람 있는 생이었기에 당신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며 "당신과 함께해서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고 애도했다.
정 경장의 가족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슬픔을 금치 못했다.
오는 13일이 정 경장의 생일이기에 아들의 34번째 미역국을 끓이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정 경장의 생전 구조 활동 영상이 재생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가족들은 크게 울먹였다.
헌화하다가 슬픔을 금치 못해 서로를 껴안은 유족의 모습에는 정 경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 |
▲ 9일 경남 통영시 통영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구조 활동 중 사망한 정호종 경장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영해양경찰서 제공] |
정 경장의 동기인 박인규 순경은 품에 안은 정 경장의 영정사진을 연신 쓰다듬으며 눈물을 참았다.
또 다른 동기인 반윤혁 순경은 "남겨진 우리들 몫은 슬픔과 눈물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헌신과 불굴의 정신을 본받아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생을 졸업한 정 경장은 지난해 1월 고향인 거제에 근무지를 발령받아 구조거점 파출소인 장승포파출소에서 근무했다.
매사 적극적인 성격인 정 경장은 특히 해난 구조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역할을 수행해왔다.
정 경장은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2명을 구조하기 위해 지난 6일 오후 4시22분께 가장 먼저 투입돼 구조 로프를 설치한 뒤 높은 파고로 탈출하지 못했다.
그는 동굴 안에서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 심한 탈수 증세를 보였으며 다음날 오전 1시께 너울성 파도에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 경장은 실종 추정 시각 이후 9시간 40분 만인 오전 10시40분께 홍도 인근 동굴 입구 부근 수중 12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고립된 다이버 2명과 함께 구조에 나선 나머지 해양경찰관 2명은 고립 11시간여만인 오전 1시51분께 무사히 구조됐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