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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수완박' 무조건 찬성아닌 듯‥미묘한 현장 분위기

기사승인 2022.04.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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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지휘부 '신중모드'···업무과중 우려·인력확충 뒤따라야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지연? "여러 요인 복합적 작용 결과"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바라보는 경찰의 표정이 미묘하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한 상당수가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찰의 위상은 한층 높아지게 된다.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예상됐지만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 경찰청 [자료사진]

직급에 따라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경찰 지휘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반면 일선 현장에선 검수완박을 지지하는 목소리와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지휘부는 검수완박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경찰 고위직 관계자는 13일 검수완박과 관련,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경찰이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역시 공무원이기에 지휘부가 (현 정부와 새 정부의 입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에 검수완박에 대한 신구 권력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향배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어 굳이 논란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있어 보인다.

반면, 일선 현장에선 검수완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찰 내부망인 폴넷 게시판에는 검수완박과 관련한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폴넷에는 대체적으로 검수완박을 지지하는 글들이 많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 논란에 우리 경찰은'이라는 글에선 "조직의 위상이 올라가고 좋아져야 나 자신도 더불어 좋아지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며 "검수완박, 기회가 왔다"고 썼다.

'검사들의 집단행동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라는 글에선 "(검수완박은) 지금까지 추진하던 검찰 개혁의 완성을 위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해 검사는 공소기관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수완박에 반발하는 검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해당 글에서 글쓴이는 "검사들은 국회 또는 정부와 대립하는 특정 이익집단 내지는 정치 집단의 한 축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검사는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리된 삼권 분립국가의 공무원"이라고 꼬집었다.

'검수완박'이라는 글에선 "이는 정치적인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며 "검수완박은 검찰의 권한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일부 정치 검찰을 중심으로 권한을 사유화하고 정의롭지 않게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경찰 지휘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검수완박과 관련해서 검찰은 집단반발을 하는 것과 달리 경찰 지휘부는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이라는 글에서 글쓴이는 "정치색 짙은 일부 (경찰) 지휘관들은 새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썼다.

물론 일선 현장에선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업무과중에 대한 우려 탓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수사관들도 업무과중에 탈출하고 있는데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일은 전과 똑같은데 불필요한 절차만 대폭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수사 부서에선 관심이 많겠지만 일반 경찰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찰 고위직 관계자는 "수사 인프라와 인력을 지속해서 확대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대검찰청이 전날 배포한 '현행 수사절차 관련 통계 자료'를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제약 후 사건 처리가 지연됐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은 하지 않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검찰청에서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재수사 사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사건은 절반가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검수완박 강행 추진에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지연 부작용을 통계 근거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의 이유만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며 "강제수사를 해야 할 범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영장도 많이 발부받아야 하며 사실관계 조회 등의 과정에서 수사기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경찰 내부에선 검사가 형사사법포털(KICS)의 자기사건 목록에서 사건을 삭제하고자 안 해도 될 보완수사를 무리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보완수사 요구 방식은 검사의 자기사건 목록에서 사라지고 경찰로 온전히 넘어가는 결정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만 경찰로 이관되는 추완 등으로 나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사가 본인이 해도 될 것을 자기사건에서 쳐내기 위해서 사건의 대부분을 결정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결국 수사 기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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